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로 중동 지역 상공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럽 여행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중동 항공사들의 운항에 차질이 생기며 항공권 가격이 평소보다 급증한 데다 역대급 유류할증료 인상 예고까지 더해지며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입니다. 여기에 유럽은 중동 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하지는 않지만 하늘길 안전에 대한 공포가 여행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습니다.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3~4월 유럽 노선 항공권은 평소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에 아주 빠르게 팔리고 있어요. 중동 항공사를 이용해 유럽으로 향하던 경유 수요가 엔도스(Endorse, 타항공사 승계) 처리되거나 자발적 취소 후 재예약 과정을 거치며 국적사 및 유럽 직항 노선으로 수요가 몰린 탓이죠.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평소 해당 노선이 110만원~170만원대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해 3월22일~28일 일정의 인천-파리 노선 왕복항공권을 찾아보니, 항공권이 400만원대로 조회되며, 약 3배가량 치솟았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들이 최소 3월 말, 길게는 4월 중순까지 정상 운항이 불투명해지면서 대체 항공편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수요는 몰리는데 공급이 제한적이니 가격이 상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4월부터는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역대급 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인데요. 최근 3주간 싱가포르 항공유의 평균값이 배럴당 165달러 선을 상회하고 있어요. 국제선 유류할증료 거리 비례 구간제가 도입된 2016년 7월 이래 유류할증료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지속되던 2022년 7월과 8월로 당시 싱가포르 항공유는 배럴당 약 153달러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죠.
가격 폭등만큼 큰 문제는 얼어버린 여행 심리예요. 중동 인근 상공 통과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유럽행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4월~6월 유럽 여행 신규 문의는 사실상 끊긴 상태입니다. 꼭 가야 하는 분들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일정을 미루거나 여행지를 바꾸는 분위기거든요.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럽 여행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